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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가 뽑은 논문 30개, 왜 지금 다시 화제일까

요즘 AI 이야기는 대부분 “어떤 모델이 더 똑똑한가"에 쏠려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조용히 다시 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논문 리스트 하나입니다. OpenAI 공동창업자이자 딥러닝 최전선의 인물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예전에 건넸다고 알려진 필독 논문 30편 목록입니다. 화려한 신제품도 아니고, 그냥 종이 뭉치 목록이 왜 화제일까요.

“이 30개만 읽으면 AI의 90%를 이해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한 사람이 일리야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AI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뭘 읽어야 하나요?” 그러자 일리야가 논문 목록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이걸 다 읽으면, 오늘날 AI에서 중요한 것의 90%를 알게 될 겁니다.”

이 문장 하나가 오래 회자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딥러닝을 가장 깊이 아는 사람 중 한 명이,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라"가 아니라 기초 논문 30편을 읽으라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짚어둘 게 있습니다. 이 목록은 공식적으로 일리야가 정리해 발표한 문서가 아닙니다. 지인에게 개인적으로 건넨 리스트가 온라인에 퍼진 형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30개가 맞냐”, “이게 진짜 그가 준 목록이냐"를 두고 갑론을박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목록에 담긴 논문들 자체는 이견이 없는 명작들이라, 출처 논쟁과 별개로 계속 공유되고 있습니다.

목록에 뭐가 들어 있길래

리스트를 훑어보면 딥러닝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몇 개만 짚어보겠습니다.

Attention Is All You Need. 지금 우리가 쓰는 챗봇 대부분의 뼈대인 트랜스포머 구조를 처음 제안한 논문입니다. GPT의 ‘T’가 바로 이 트랜스포머(Transformer)입니다.

AlexNet. 2012년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압도적 성적을 내며 “딥러닝이 진짜 되는구나"를 세상에 각인시킨 논문입니다. 사실상 지금 AI 붐의 출발점으로 꼽힙니다.

ResNet. 신경망을 아주 깊게 쌓으면 오히려 학습이 안 되던 문제를, 지름길(skip connection)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풀어낸 논문입니다.

이 밖에도 순환신경망, 정보이론, 복잡도를 다룬 고전들까지 섞여 있습니다. 재밌는 건, 이 목록이 최신 논문 모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당수가 몇 년 전, 길게는 십수 년 전 논문입니다. 유행이 아니라 토대를 모아둔 목록인 셈입니다.

왜 하필 ‘기초’를 읽으라고 했을까

여기서 생각할 거리가 생깁니다. AI는 몇 달만 지나도 판이 바뀝니다. 새 모델, 새 기법이 매주 쏟아집니다. 그런데 왜 최전선의 연구자는 “옛날 논문을 읽으라"고 했을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겉모습은 계속 바뀌어도, 바탕이 되는 원리는 잘 안 바뀌기 때문입니다. 최신 모델의 화려한 기능도 결국 트랜스포머, 경사하강법, 역전파 같은 오래된 기둥 위에 서 있습니다. 기둥을 이해하면 새로 나오는 것도 “아, 이건 저 원리의 변형이구나"로 빠르게 읽힙니다. 반대로 기둥을 모르면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놀라기만 합니다.

커뮤니티에서 이 목록이 계속 소환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요즘 뭐 공부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유통기한이 긴 답이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낡아도 원리는 안 낡습니다.

AI가 다 읽어주는 시대에 ‘내가 읽는다’는 것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요즘은 논문을 AI에게 요약시키면 몇 초 만에 핵심이 나옵니다. 그런데 왜 굳이 30편을 직접 읽어야 할까요.

요약본을 읽는 것과 원문을 씨름하며 읽는 것은 남는 게 다릅니다. 요약은 “결론"을 줍니다. 하지만 원문은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고민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왜 이 방법을 택했고, 뭐가 안 됐고, 어디서 막혔는지 말입니다. 진짜 실력은 대개 이 과정에서 붙습니다.

AI에게 판단을 맡기는 일이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더 귀해집니다. AI가 내놓은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 가늠하려면, 결국 내 안에 기준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 기준을 세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기초를 제대로 밟아두는 것입니다.

마무리

일리야의 30편 목록이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새로운 걸 좇기 전에, 변하지 않는 것부터 붙들라는 것입니다. 논문 30편을 다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목록을 보며 “나는 지금 유행을 쫓고 있나, 토대를 쌓고 있나"를 한 번쯤 자문해볼 수는 있습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걸 대신 읽어주는 시대에, 당신이 직접 읽고 싶은 30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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