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hanical Turk 3분 소요

AI를 키운 '유령 노동'이 문을 닫는다 — 메커니컬 터크의 아이러니한 퇴장

우리가 쓰는 챗봇과 이미지 생성 AI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그 뒤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사진에 태그를 달고, 문장을 분류하고, AI의 답변에 점수를 매긴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었습니다. 그 노동의 상징이던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가 조용히 신규 고객 접수를 멈췄습니다. AI를 키운 손이 AI에게 밀려나는, 꽤나 아이러니한 장면입니다.

메커니컬 터크가 뭐길래

메커니컬 터크는 2005년 아마존이 내놓은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입니다. 이름부터 상징적인데요. 18세기에 체스를 두는 자동인형 ‘터크’가 유럽을 휩쓸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사람이 숨어서 말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기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돌리는 시스템. 아마존은 이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인공 인공지능(artificial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불렀습니다.

작동 방식은 단순합니다. 기업이 컴퓨터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자잘한 작업, 이른바 HIT(Human Intelligence Task)를 잘게 쪼개서 올립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이 작업을 한 건당 몇 센트에서 몇십 센트를 받고 처리합니다. 사진 속 물체가 뭔지 고르기, 스팸 댓글 걸러내기, 설문에 답하기 같은 일이었습니다.

AI 붐의 진짜 밑거름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오늘날 AI 산업이 이 플랫폼 위에서 컸다는 것입니다. 이미지를 인식하는 AI를 만들려면 먼저 수백만 장의 사진에 ‘이건 고양이’, ‘이건 신호등’이라는 라벨을 붙여야 합니다. 이 라벨링 작업을 대규모로, 값싸게 해준 곳이 바로 메커니컬 터크였습니다.

AI 연구의 판을 바꾼 이미지 데이터셋 이미지넷(ImageNet)도 이 플랫폼의 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400만 장이 넘는 이미지에 사람이 일일이 태그를 달았고, 그 상당수가 메커니컬 터크 노동자의 손을 거쳤습니다. 이후 챗봇 시대가 열리면서도 이들의 역할은 계속됐습니다. AI가 내놓은 답변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 고르는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 작업 역시 상당 부분이 이런 크라우드 노동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고스트 워크’라는 그늘

이 노동에는 어두운 면이 있었습니다. 인류학자 메리 그레이와 컴퓨터과학자 시다스 수리는 2019년 저서에서 이런 일을 고스트 워크(ghost work), 즉 유령 노동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결과물은 매끄러운 AI 서비스로 우리 앞에 나타나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은 철저히 화면 뒤에 가려집니다.

문제는 처우였습니다. 많은 노동자가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습니다. 작업 승인 여부는 발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했고, 이유 없이 거절당해도 항의할 창구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고용 보호도, 복지도 없는 ‘건당 결제’의 세계였습니다. 화려한 AI 혁명 서사 뒤에 이런 저임금 노동이 촘촘히 깔려 있었다는 사실은 오래 가려져 있었습니다.

왜 지금 문을 닫나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AI 자신이 큰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던 라벨링과 분류 작업을 이제 AI 모델이 상당 부분 직접 처리합니다.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는 일에 또 다른 AI를 쓰는 것이 더 빠르고 싸진 겁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데이터를 정리하던 자리를 이제 AI가 채우고 있습니다. 인간 노동자를 훈련의 재료로 삼아 성장한 AI가, 이제는 그 노동자의 일감 자체를 걷어가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스케일AI(Scale AI) 같은 전문 데이터 라벨링 기업들이 시장을 재편했습니다. 이들은 품질 관리, 전문 라벨러 확보, 대기업 맞춤 서비스를 앞세워 고급 데이터 시장을 가져갔습니다. 값싼 단순 작업은 AI에게, 고부가가치 작업은 전문 업체에게. 그 사이에서 범용 크라우드 플랫폼의 자리는 점점 좁아졌습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이번 소식이 아직 커뮤니티에서 크게 회자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란한 서비스 종료 발표가 아니라, 신규 고객을 조용히 받지 않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년을 이어온 서비스의 퇴장치고는 지나치게 조용한 셈인데요. 어쩌면 그 조용함이야말로 ‘유령 노동’의 마지막 모습에 가장 어울리는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메커니컬 터크의 퇴장은 단순한 서비스 하나의 종료가 아닙니다. 인간이 자신의 손으로 AI를 훈련시키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우리가 편하게 쓰는 AI 뒤에는 늘 누군가의 노동이 있었고, 이제 그 자리마저 AI가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질문은 이겁니다. AI가 데이터까지 스스로 만들어내는 시대에, 화면 뒤에 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이나 하고 있었을까요.

Mechanical Turk AI 데이터 라벨링 긱 이코노미 고스트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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