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딩 다 해주는데 버클리 CS 학생들 성적은 왜 떨어졌나
코딩을 AI가 대신 해주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의 성적과 수학 실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도구가 좋아졌는데 사람의 실력은 왜 후퇴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 묘한 역설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한 달간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논의된 신선한 데이터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특정 통계 수치를 단정적으로 인용하기보다는, 교육 현장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구조적 흐름을 중심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숫자 하나에 기대기보다 현상의 본질을 보자는 뜻입니다.
코딩은 쉬워졌는데 기초는 흔들립니다
지금 컴퓨터공학을 배우는 학생들의 환경은 5년 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과제로 나온 문제를 AI에게 던지면 몇 초 만에 작동하는 코드가 나옵니다. 자료구조 구현도, 알고리즘 풀이도, 심지어 수학 증명의 뼈대까지 AI가 초안을 잡아줍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결과물은 멀쩡한데, 그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학생이 직접 거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코드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왜 이 알고리즘이 더 빠른지, 수식의 한 줄이 왜 성립하는지를 몸으로 익히는 단계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전통적으로 프로그래밍 실력은 수없이 막히고, 디버깅하고, 머리를 쥐어뜯는 과정에서 길러졌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과정이 사실은 학습의 핵심이었습니다. AI가 그 고통을 대신 처리해주는 순간, 편리함은 얻었지만 실력이 쌓이는 통로는 막혀버립니다.
‘학습의 외주화’라는 함정
저는 이 현상을 학습의 외주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회사가 비핵심 업무를 외부에 맡기듯, 학생이 ‘생각하는 일’을 AI에 맡겨버리는 것입니다.
외주가 위험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업무를 외주로 돌리면 그 분야의 내부 역량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처음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어느 순간 외주 결과물이 맞는지 틀린지 판단할 능력조차 잃습니다. 학습도 똑같습니다.
특히 수학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코드는 AI가 만든 게 작동하는지 실행해보면 일단 확인이라도 됩니다. 하지만 수학적 사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미적분, 선형대수, 이산수학 같은 과목은 답을 베껴 적는다고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손으로 풀고, 막히고, 다시 풀어야만 직관이 생깁니다. 이 반복을 건너뛴 학생은 시험장에서 AI 없이 마주한 순간 무너집니다. 성적 하락은 그 결과일 뿐입니다.
AI는 왜 ‘학습’에는 독이 될 수 있나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AI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실력을 갖춘 전문가에게 AI는 강력한 증폭기입니다. 문제는 아직 기초가 없는 학습자에게 쓸 때입니다.
여기엔 미묘한 함정이 있습니다. AI가 만든 답은 대체로 그럴듯합니다. 그래서 학생은 “나도 이 정도는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읽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스스로 만들어낼 능력은 없는데 말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유창성의 착각입니다. 익숙해 보이는 것과 실제로 할 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계산기는 ‘계산’이라는 단순 작업만 대체했습니다. 반면 지금의 AI는 문제를 이해하고, 구조를 잡고, 해법을 설계하는 사고의 전 과정을 대신합니다. 대체하는 영역의 차원이 다릅니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요
답은 ‘AI를 쓰지 말자’가 아닙니다. 그건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핵심은 순서입니다.
먼저 스스로 끝까지 부딪혀보고, 그다음에 AI를 펼치는 방식입니다. 내가 한 시간 고민해서 낸 답과 AI의 답을 비교하면 배움이 폭발합니다. 하지만 고민 없이 처음부터 AI에 묻는 순간, 그 문제는 내 것이 되지 못합니다.
교육 현장도 바뀌어야 합니다. 일부 대학이 시험에서 손으로 푸는 비중을 다시 늘리고, 구두 시험으로 ‘진짜 이해했는지’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신호입니다.
AI는 우리가 더 멀리 가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걷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자동차에 올라타면, 차에서 내리는 순간 한 발짝도 떼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AI를 ‘실력을 키우는 데’ 쓰고 계신가요, 아니면 ‘실력을 대신하는 데’ 쓰고 계신가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앞으로의 5년을 가를지도 모릅니다.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